생활속에서 함께 했던 옛 물건들을 이제는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도 큰 아쉬움으로 남드라구요.
몇해 전 민속 박물관에 갔다가 그곳을 돌아보는 내내 하나하나 만져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며 웃어야 했던 그 때가 떠 오르네요.
지난 설에 모처럼의 시간을 이용해서 도초를 샅샅이 뒤져 옛 흔적들을 일부러 찾아 봤답니다.
볼 만한 것들이 꽤 있드라구요.
한때는 수집가들이 각 동네를 돌며 절구통이며, 멧돌, 디딜방아 머리 등 좀 멋스럽다 싶은 것들을 모조리 헐값에 사 들였다고 하드라구요.
그래서 인지 손때 묻어 멋이 있어 보이는 위의 돌댕이 들은 찾아 보기가 힘들드라구요.
물론 저희 집엔 아주아주 오래되어 많이 닳기도 한 절구통을 아직도 쓰고 있지만요.
울 엄니가 고추를 거칠게 갈아서 열무 김치 담글때 쓰고 계시드라구요.
반드시 이것에서 뭘 찧지 않드래도 마당 한켠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으니 왠지 고향집 분위기가 나는 그런거 있잖아요~ ㅎㅎ
엊그제 친정 아부지가 티비를 보시믄서 그러셨다네요.
'저런 멧돌도 뒀으믄 좋았을 꺼신디~~~다 없애불고~~~'
맞아요...뒀으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을 꺼신디~~~` ^^
아래 것들은 솔직히 예전엔 제대로 눈에도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었지요.
근데 이것들이 지금은 이쁩디다~
▲ 이 집은 오래전에 이사를 가 버렸든지 문이라든지 벽이 그대로 있네요.
벽 사이사이에 나무 기둥들도 그대로 있고...
소 등에 얹어 연결시켜 쟁기에 연결 시켰던 멍애도 있구요. (오른쪽에 둥그스름허니 활 처럼 생긴것)
그 멍애에 연결시켜 논과 밭을 갈았던 쟁기도 녹이 슨채로 있구요.
옛날 시골집 부엌문은 다 저런 나무문 이었지요.
양쪽으로 여닫는~~~~
▲ 댓돌에 신발을 벗고 올라섰던 마루...
그래도 이 집 마루에 썼던 나무들은 간격이 딱딱 맞는걸 보니 좋은 나무를 썼었으까요? ㅎ
여름이면 저기에 한쪽다리 걸쳐 올리고 앉아 얘기도 나누고 그랬는디~~
▲ 멍애와 같이 써레질을 하던 써래도 보이네요.
써레질? 논과 밭을 쟁기로 갈아 업은 후 바닥을 평평하게 하는 일이죠~
쟁기도 눌러줘야 힘들지만 써래질도 참 힘들다고 하셨었는디~
동네에 경운기가 들어 오면서, 일 잘하던 동네의 소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자연스레 소 꼴을 베고, 아이들은 하교 후에 소 풀을 뜯기는 모습들도 함께 사라졌지요.
그리고는 시골에서도 소는 재테크와 먹거리(? ㅡ,.ㅡ)가 되어 버렸지요.
특히 여름 방학이면 소에게 풀을 뜯겨야 하는 아이들은 놀고 싶어 안달이 나고,
좀 넓다란 풀이 많은 곳을 먼저 차지한 아이들은 소 말뚝을 이동시켜 가며 메어 놓고 놀기도 하고,
한 여름이면 기다른 풀을 꺽어 그늘을 만들어 놓고 앉아 꽁을(공기놀이) 받기도 하고,
그렇게 놀다 저녁즈음 우르르~ 소 꽁무니 따라 집으로 돌아가면서 놀랄만큼 큼지막하게 뚝뚝~ 떨쳐내는 소 똥을 피하며 웃어대던...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소 똥은 정말 깨끗하고 고마운 것이었는데도~~~
지금은 이렇게 풀이나, 짚만 먹여 키우는 소들이 많지 않아 아주아주 귀하게 씌이고 있드라구요.
▲ 멍석.
옛날 부잣집은 멍석도 많았지요.
고추 말리고, 벼 말리고, 보리 말리고...
또 저희 시골은 모내기 철에 일 다 끝내고 저녁을 먹을 때 요긴하게 썼었지요.
안방, 작은 방, 마루도 부족하여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 멍석 바닥에 반찬과 밥, 국을 놓고 밥을 먹었었지요.
멍석이 부족하면 짚단을 빼다가 깔고 앉기도 하구요.
예전엔 논둑의 양쪽끝에서 어르신들이 못줄을 잡으면, 그 줄에 맞춰 아줌마, 아저씨들이 모를 심고, 논의 쥔장은 열심히 못단을 날라 논에 골고루 가져다 놓곤 했었지요.
줄을 한번씩 땔때 마다 이어지는 장단들도 참 좋았든거 같은데~~
지금은 모든걸 기계로 해 버리니 그런 북적북적함과 흐뭇한 정을 찾아 볼 수도 없고~~~
이 멍석...울 엄니께서 참 아쉬워 하시면서 올 가을엔 하나 만들어 볼까 하시드라구요.
고추도 말리고, 여러 용도로 쓰겠지만, 특히 메주 띄울 때 지푸라기 대신에 참 좋을거 같다구요.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고 하네요.
혹시^^ 가을에 만드시믄 이뿌게 찍어 올려 드릴께요. ^^
▲ 가을에 벼 탈곡을 하고 나면 볏짚을 묶어 이 처럼 단을 쌓았지요.
겨울에 땔감으로도 쓰고, 초가지붕 해 이는데도 쓰고, 거름도 만들고~
용도도 참으로 다양하였네요.
▲ 돌 담에 초가지붕.
지금 저곳의 용도는 저 집 소의 보금자리 였습니다.
그 소는 참으로 행복한 소일거에요 ㅎ
완전 웰빙을 누리면서 살고 있네요.
예전엔 대부분이 저리 담이 낮고, 크기가 저만큼 한 초가 지붕의 건물은 화장실 이었었지요.
화장실이 뭬 저리 크나구요?(진짜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군요 ^^)
한켠에 바닥을 깊이 파서 그 위에 튼실하고, 넓적한 나무 두개를 올려 놓거나...
어떤집은 넓다란 돌 두개를 올려 놓아 볼일을 볼 수 있었지요.
그 옆엔 논이나 밭에 씌일 거름을 만들어 놓았구요.
화장실 바닥이 높이 올라오면 퍼서 거름을 만들어야지요?ㅎㅎ
▲ 너무도 친근한~
돌담에 대문이 없지요? ^^
이 집 어르신들은 탁월한 선택을 하신거 같아요 ^,^
이렇게 옛날엔 스스럼 없이 드나들며
'영숙어~~~?`
'영숙이 넘...있는가?'
그랬었지요.
요즘엔 대문이 있는 집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냥 드나 들지요 뭐~
초인종 같은건 없으니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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